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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France/cuisine

Kig ha farz, 브르타뉴의 잔치음식

주말에 시장에서 양배추랑, 당근, 소시지, 베이컨을 사와 브르타뉴 요리인 Kig ha farz를 만들었다. 

사진으로 보면 맛없어 보이는데, 생각보다 진한 맛에 브르타뉴 요리답게 버터가 듬뿍 들어가 맛있었다.

Kig ha farz는 우리나라의 잔치국수같은 음식이라고 하는데, 

브르타뉴 지방에서 결혼식 등 잔칫날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먹었던 음식이라고 한다.

 

Kig ha farz는 브르타뉴 지방어로 Kig는 고기, farz는 메밀가루반죽이라는 뜻이다.

프랑스혁명 이후 각 지방의 고유 지방어들을 없애고 파리 및 일드프랑스에서 쓰는 언어를 프랑스어라고 규정하고 학교에서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프랑스의 그 어떤 지역보다 애향심? 이 강한 브르타뉴 사람들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지방어인 브르타뉴 어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브르타뉴 지역은 자동차 표지판에도 브르타뉴어를 병기해놓고 있다.)

 

아무튼, Kig ha farz를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데

바로 면보와 farine de sarrasin이라고 불리는 메밀가루가 필요하다. 

메밀가루가 없으면 일반 밀가루를 사용해도 되는데, 메밀가루를 사용할 때랑 밀가루를 사용할 때랑 사용하는 재료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메밀가루를 이용하면 black farz라고 부르고 밀가루를 이용하면  white farz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크레이프와 마찬가지로 메밀가루를 이용할 때는 약간 짭짤한 맛, 일반 밀가루를 이용할 때는 설탕을 넣어 더 부드럽고 달달한 맛이 된다고.

 

고기는 염장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사용한다. 

큰 냄비에 고기랑 준비된 야채들..(당근, 양파, 양배추 + 넣고싶은 야채)를 넣고 한 시간 정도 끓여준다.

만약 소세지를 넣을 거라면 소시지는 farz를 넣을 때 같이 넣어준다. 

 

어느 정도 끓기 시작하면 farz를 준비하는데, 작은 팬에 버터를 녹인 후 메밀가루랑, 달걀, 사워크림을 볼에 담고 여기에 녹인 버터를 부어준 후 우유를 천천히 부어가며 섞어준다. 질감이 딱 부침개 반죽 정도의 묽기가 되면 면포에 반죽을 넣고 느슨하게 묶어주면 된다. 

준비된  farz랑 소세지를 끓고 있는 육수에 넣고 2시간 정도 더 끓여주면 된다. 

 

farz를 만들때 썼던 버터를 녹인 팬에 다진 양파를 넣고 소스를 만들어 놓는데, 이 소스는 나중에 farz위에 올려서 먹으면 더 맛있게 Kig ha farz를 먹을 수 있다 :)

 

어느 정도 완성됐다 싶으면 farz가 들어있는 면포를 건져내고 안에 든 반죽을 꺼내면 되는데.

부슬부슬 크럼블 같은 질감의 반죽이 보이면 완성!

육수를 제외한 건더기들을 접시에 담고 farz와 소스를 곁들여내면 된다.

약간 이런 느낌?

깊고 큰 냄비가 없어서 웍 같이 생긴 깊은 팬에 만들었다. 

버터가 듬뿍 들어가서 엄청 진하고 맛있다.

보기에는 맛없어보이는데, 

염장 고기랑 소시지, 버터가 들어가서 엄청 진한 맛이었다!

그리고 먹다보면 저 양이 결코 작은 양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잔치음식으로 먹었던 건가?

 

내가 결코 적게 먹는 편이 아닌데, 이건 먹다가 절반 남기고 저녁에 다시 데워서 먹었었다.

 

무엇보다 육수가 엄청 맛있었다!!!!! 

여기에 채소랑 물을 좀 더 넣어서 수프도 만들고 카레도 만들었다!

 

영어로 된 Kig ha farz레시피는 여기